ㅇㅛㅇ
by ryong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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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마 군대였나. 한 후임이 무심하게, 그리고 아무일 아니라는 듯 이은주 죽었다는데 말입니다- 라고 말했고 나는 꺼져 병신 이라 대답했다. 나 말고도 다른 동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은주. 나는 그녀를 꽤 좋아하고 있었는데 무슨 헛소리야. 하지만 잔인하게도 그 날 밤 점호시간에 소리를 죽여놓은 티비에서는 나지막히 이은주 사망, 자살, 이라는 문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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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군대에서 어떤 전화기를 부여잡던 밤에, 그녀는 나지막히 매우 힘들지만 담담하게-고맙게도- 그 녀석의 죽음을 전해주었더랬다.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둥근 밧줄을 경계로 머리와 몸이 나누어진, 무척 상투적인 이미지였던것은 내가 나빴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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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재환을 기억하고 있는것은 어릴적 열심히 보았던 카이스트 였다. 일요일 밤이면 언제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본 카이스트. 근데 안재환은,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서 무언가 연기가 어색해 보이는 느낌이라, 아 혹시 저사람은 진짜 카이스트 학생인데 테레비도 나오나봐, 라고 생각했더랬다. 지금생각해보니 이은주도 나왔었는데. 어쨌든, 그 사람도 연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머리가 자라고 간간히 보는 TV에서 보일때마다 나는 카이스트의 그 모습을 떠올렸었다. 그러다 정선희와 결혼발표를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참 행복해 보인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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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밖을 보니,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있었다. 저 아이들의 나이는 얼마나 될까. 아마 열다섯? 열 여섯? 저 아이들중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지. 또 어떤 아이는 얼마나 슬픈 삶을 살아갈지. 또 어떤 아이는 얼마나 꺾이고 지친 삶을 살아갈지. 특별히 그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나는 지독히 슬퍼졌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당신은 정말 지독한 존재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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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많은 말들에 나는 참을 수 없는, 하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역겨움을 느낀다. 제발 너희들은, 살아남은 우리들은 떠난 자에 대하여 나불거리는 것을 닥쳐다오. 그들은 너희보다 충분히 더 힘들었을거야. 어떻게든 살고자 했겠지. 그것이 자의였더라도 그곳에 도달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괴로움 속에 놓여져 있었을 것인지. 나나 너희들은 감히 상상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 그것은 기본 예의의 문제라고 나는 본다. 제발 제발. 그냥 우리는 제발 그냥 살아가자. 그냥 마음속으로 조용히 좋은 곳으로 갔기를,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살아가기만을 바라주면 안되겠니.

by ryong | 2008/09/09 01:18 | 쓰레기통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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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세이보리 at 2008/09/27 21:54
무거운 그리고 심각한 느낌의 블로그에는 뭐라고 적어놔야 어울릴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전혀 상관없는 글에 끄적끄적....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들렀더만 전혀 잘 지내는거 같아보이진 않고. 고등학교 축제에 가봤더니 오후 5시에 끝났다더군.. 요즘도 5시에 끝나는 축제라니.우리때와 변한게 없는듯...- _-....
Commented by ryong at 2008/10/05 07:59
별로 심각하진 않고 그냥 척이니까 놀랄필요는 없어.
그리고 사실은 잘 지내고 있어. 전시회 준비하느라 좀 피곤한데 그마저도 나름 재밌구나.

시간이 많이 흘러도 변하는게 없는것도 있는건데. 그게 그런거라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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