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ㅛㅇ
by ryong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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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가진 대부분의 것들에겐 충전이 필요하다. 핸드폰과 아이팟 그리고 노트북 그리고 나 그리고 누군가. 핸드폰과 아이팟은 없으면 이젠 못살기에 제법 꼬박꼬박 챙겨주는 편이지만, 내 꼬질한 맥북은 그렇지 못한다. 제법 방치한지 오래된것 같다. 물론 지금 나의 손을 잠시 떠나있다는 사실 역시 그에 한몫하지만 이젠 별로 맥북이 없어도 딱히 불편하거나 심심하거나 그런것도 없다. 심심하면 갖고놀 핸드폰도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아, 음악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와 누군가, 인간, 이라는 것 역시 충전이 필요하다. 나는 가짜 워커홀릭이라 사실 여행이나 휴가에 대해서 크게 미련은 없어서. 바쁘면 바쁜대로 한가하면 한가한대로 그냥 그렇다. 물론 살아가는데 필수요소인 잠이나 밥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그것들 역시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행위인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 역시 충전행위야.
그것 말고 바로 체온과 외로움. 누군가의 체온을 느낀다는 충전은, 아마도 내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가장 필요하고 또 필요할게 아닐까. 아이팟처럼 언제나 귀에 달고 걸고 듣고 흥얼거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내게 그리고 당신께 지독한 위로를 주니까. 반드시 체온이라 해서 진한 스킨쉽일 필요도 없고 그저 잠깐 부비는 정도면 충분하다. 또한 그것은 충전인 동시에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소모적 행위이니, 반드시 필요한 충전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못한다. 물론 이것은 이제와서 돌아보니 그렇다는 생각이지만. 그러니까, 그냥 잠시 당신과 나의 체온을 나누어 주는 정도면 충분해. 그렇다고 그게 반드시 끌어안거나 접촉하는 스킨쉽 만은 아닌거 같다. 한 공간안에서 느끼는 서로의 체온도, 그리고 느껴지는 체온을 가진 사람과 즐겁게, 되지 않는 주제라도, 재잘거릴수 있다는 것도, 멋진 충전인거 같다. 20대의 절반을 관통하며 문득, 스무살 처음 지독히 떨며 읽었던 하루키는 이제 내겐 그저 재밌는 작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모든것이 반드시 몸을 통하는 필요는 없을거야. 물론 필요할 때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단지 껌 같은 것이고.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지금 외로우며 방황하고 있지만 그것을 지금의 어쩔 수 없는 바쁨으로, 나름 대학생활의 마지막을 불사르자는 생각과 개인적 사명으로, 그렇게 채워넣고 있다는 것. 그리고 중간에 당연히 비는 간극은, 아이팟으로 충분히 채워진다는 것. 유사 배터리 사용은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키지만, 나는 제품이 아닌 인간이니까. 그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거야. 라고 되네이자.

물론 언젠가 그 한계, 더 이상 빈 자리가 아이팟 두쪽이 아닌 귀 한쪽을 비우길 원하게 될때엔, 영감처럼 골골거리며 노래를 불러야지.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by ryong | 2008/09/07 07:00 | 쓰레기통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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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그러게 at 2008/09/07 14:41
근데 충전을 해도해도 방전되는 나같은 인간은 배터리를 바꿔야하는게 아닐까ㅋㅋ
Commented by ryong at 2008/09/09 00:59
아니면 아이팟처럼 아예 교환하거나. 근데 역시 사람은 교환이 안되니까. 그냥 안고 살아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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