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ㅛㅇ
by ryong
김천과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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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한 삼일전인가, 맥실에서 밤을 새고, 뜨는해를 바라보다 밥이나 먹자, 라고 해서 학교앞 김천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 이름도 친숙한 참찌찌게를 시켰고, 반찬을 휘적거리며 천원 김밥이란 더이상 존재치 않는구나, 명박하다 라는 생각을 하다 탁- 하고 보글보글 찌게가 나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참치를 넣은 김치찌게라고 할까. 하지만 참치가 들어갔다는 사실에 그냥 김치찌게를 먹는것 보단 좀 더 럭셔리한 기분 이라. 휘적휘적 국물을 떠먹고 오늘은 좀짜구나, 하며 밥을 두어숟갈 떠먹고, 또 국물과 김치건더기를 건져올렸는데 그게 반짝거린다. 어라 김치가 반짝거린데 뭐야 설마 보니, 매끈하다. 어라 매끈하네 김치가 덜익었나 싶은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곧 정체를 알게된 그녀석은, 비니루구나. 어 비니루. 1회용 봉지에 쓰인 비닐은 아닌거 같은데 좀 매끈하고 두꺼운 광택이 있었던걸로 보아, 아마도 소세지를 포장한 것 아니면 김치가 담겨있던 그런거 같다. 근데, 어 비닐이네. 먹을거에 이런게 들어가면 안되잖아요 라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1년전 즈음 코엑스의 한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기억. 그러니까, 그 일, 정확히는 주방에서 일하시는 조선족 출신 아주머니 조리장님. 3년정도 그 식당에서 일을 하셨다던 그분과 고작 3개월 아르바이트한 나와의 시급은 동일했다. 아, 그래 그분들, 참 힘들게 사신다. 그 이후로부터 느껴지는 식당, 특히 학교 앞 이런 분식점 같은 식당들, 인건비는 짜고 일은 고된 그런것에 연민을 느끼고 뭐 여튼간. 그래서 아무말 않았다. 같이 밥을 먹던 다른 녀석들은 잠시 침묵하다 한 녀석이 홀을 보던 아주머니를 불러, 내가 공깃밥 뚜겅 위에 올려놓은 그 녀석을 보여드렸고, 아주머니는 무척이나 당황한-듯-한 표정을 짓다가 아이고 이게 어쩌다가 를 한 두세번 중얼거리시다 간신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해요 아이고, 라고 하시곤 주방으로 가셨다. 그 비닐이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갔는지 어쨌는지는, 나는 주방을 등지고 있어서 보지 못했으며, 나는 참치찌게를 끝까지 다 먹었다. 여전히 찌게는 평소보다 짰고, 나는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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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돌아와서, 그래 오늘은 강남에 나가야 하니까 어제 산 옷을 입자, 라며 요즘 한창 사랑하는 유니클로에서 산 청바지를 꺼내어 입었다. 아직 제품텍도 떼지 않은 상태고, 입었고, 어제 고른 그 마음 그대로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찌게에서 비닐이 나온 사실 따위는 모두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지퍼까지 잘 잠그고, 별 생각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뭔가 잡혔다. 이게 뭐지. 어라. 담배꽁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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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는 팔리아멘트 라이트. 내가 피는건 분명 원인데. 어라 팔리아멘트는 뭐냐고. 응? 그러니까 이게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건가. 아 팔지 맞다. 파는 담밴데 근데

이게 왜
여기
그러니까요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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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제 수선까지 받은 나의 새옷. 나의 유니클로. 안녕 오늘도 좋은하루, 담배꽁초? 아 고마워. 나는 담배를 피우니까 별 상관없어 괜찮아. 히히히. 라고 하고는 싶지만 갑자기 내 뱃속에 들어간 환경호르몬 넘쳐날 것 같은 참치찌게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전화 해 말아 아니면 매장에 가져가서 뭐이따구임 매니져 나와 샹 이래야하나 라고 한참 동안 패닉상태에 빠졌다. 전화기를 들고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야 이거 뭐야, 라고 했더니 꼭 반품하고 보고해라, 라는 대답에 정신을 차렸다. 제품택의 고객상담번호로 전화를 돌리니 안받는다. 아 12시가 넘었네, 밥을 먹으렴. 그럼 영수증의 매장번호로 걸어줄게. 근데 없는번호라고?

꽁초를 다시 있던 주머니에 넣고 영수증을 챙겨 쇼핑백에 담았다.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서, 서울에 도착하고 볼 일을 본 다음에, 매장에 찾아가야지 했는데, 갑자기 급한일이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도로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오는 동안, 그래 뭐 어쩌겠니. 설마 이걸 유니클로 청바지 생산라인 2번의 오다리씨가 어마어마한 작업량에 성질이 나서 꼬나문 담배 한대를 그래 너희 한번 엿되보셈 이라면서 일부러 방금 막 찍어낸 바지 한벌에 끼어넣은 것이 바다건너의 평범한 대학생에게까지 온것일 리는 없고. 설마 누군가 한번 구입했다 반품시키면서 ㅋㅋㅋ요건 모르겠지 아 짜릿하고나 라면서 꽁초를 꼬질러 넣어놨을리도 없고. 설마. 하여튼, 누군가 넣어놨겠지. 근데 뭐 나도 담배를 피우고 하니, 상관 없겠지. 반품하겠다고 들고 가봤자 매장쪽도 어이없을 것이고, 굳이 수선까지 받은 바지를 뭐 어쩌겠나, 그냥 좋은게 좋은거고 케세라 케세라, 명박이는 명박한거고. 유니클로는 여전히 내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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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냥 제품텍을 떼어버리고, 할머니 산소가는 길에 입어준 나의 유니클로. 이정도는 어쩌면 대단한 희귀체험이구나. 아침식사에는 비닐이 나오고, 어제사서 입은 바지에선 꽁초가 나온 사람이라니. 어디가서 자랑해도 될 정도다. 그냥 다음에 옷을 살때는, 주머니 부터 한번 뒤져보아야 겠구나.
by ryong | 2008/07/14 02:49 | 쓰레기통 | 트랙백 | 덧글(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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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미씨 at 2008/07/18 00:19
ㅋㅋ웃기다.이거.
Commented by ryong at 2008/07/19 17:06
ㅋㅋㅋㅋㅋ 안뇽
Commented by sioRn at 2008/07/24 20:53
맥실은 우리학교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ㅅ'
시각디자인과 이신가요? 전공이 비슷한 것 같아요

비슷한 생활패턴과 성향을 가지신 것 같아요,
관심분야가 비슷하네요
님 작업도 구경하고 이글루 잘 구경하고 갑니다 :)
Commented by ryong at 2008/07/28 01:45
아 정말인가요? 사실 맥실은 디자인과 학교라면 어디든 다 있는것인걸까요 '-';
시각 전공 맞습니다 ㅋ

구경할게 없는, 거의 일기장 같은 블로그라 쵸큼 부끄럽습니다; 작업도 올려놓은건 거의 좀 된것뿐;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at 2008/11/12 18:37
헷 선배님이시네요! 가끔 맥실에서 뵙습니다만...
글 잘 읽고 잘 구경하고 갑니다. 오오...
멋지세요. 따봉 ㅇㅇ!! 또 놀러올게요!
Commented by ryong at 2008/11/28 01:51
전시 이후 거의 버려놓고 있느라 댓글 달린지도 몰랐네.. 대단한 우연인듯. 멋지다니 고마워. 과제전 잘 하시고.ㅋ 근데.. 누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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